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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백의 신앙고백(1)

 

* 신앙고백문

 

1. 우리는, 세계를 창조하시고, 이 세계를 나날이 새롭게 변혁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해방의 실천을 행하시는 야훼 하느님을 믿습니다.

 

2. 우리는, 야훼 하느님께서 파라오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히브리 민중을 부르셔서 출애굽 해방사건을 일으키시고, 그들로 하여금 가나안의 민중과 합세하여 해방공동체를 건설하게 하신 사건과, 예수께서 갈릴래아 민중과 하나가 되셔서 일으키신 예수사건이, 하느님나라 운동의 원사건이라고 고백합니다.

 

3. 우리는, 이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억압과 착취와 소외와 차별이 있는 곳마다, 그러한 온갖 비인간화의 현실을 혁파하려는 민중의 열망이, 야훼 하느님의 해방하시는 능력(=靈)과 한데 어우러져 해방사건의 원천적 힘이 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4. 우리는, 민중적 당파성에 뿌리 내린 해방의 실천이야말로 하느님나라 운동의 본질적 요소라고 믿습니다.

 

5. 우리는, 지난날 개인으로서 또는 공동체로서, 온갖 비인간화의 현실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방관해 온 죄와 그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죄, 그리고 그러한 현실구조 속에 안주하거나 편승하여 이익을 취해 왔던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이 순간부터 그러한 죄로부터 돌이켜 회개하여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는 결의를 다짐합니다.

 

6. 우리의 회개는 구체적으로 이 땅의 민주화와 자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동참하는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7.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느님나라 운동에 한 그리스도인 공동체로서 참여하기를 희망하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사랑, 정의, 평등, 평화의 새 세상이 펼쳐지기를 염원하는 공동체적 의지를 담아 우리 교회를 '한백공동체'라 이름하였습니다 .

 

8. 우리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나눔'을 방해하는 이기심과 소유욕을 경계하며, 이 세계에서 나눔의 실현을 저해하는 온갖 구조적, 제도적 장벽들과 맞서 싸우는 '나눔의 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9. 우리는, 스스로 지배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며, 섬김과 일치를 저해하는 온갖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안으로는 우리 공동체를 운영하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있어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로서 참여하여 공동으로 토의, 평가, 실행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전통을 세워 나가며, 밖으로는 우리 사회와 아시아와 전세계의 참된 민주화와 정의로운 평화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섬김의 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10. 우리는, 야훼 하느님의 자유롭게 해방하시는 능력(靈)이 살아 숨쉬는 공동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고 섬기고 친교하는 기쁨의 공동체, 새 영의 힘에 취하게 하는 춤과 노래, 말씀, 명상과 기도로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는 신명나는 '예배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11.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인 한백교회에 불러주시고 한 신앙공동체의 지체가 되게 해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12. 우리는, 분단과 예속, 억압과 소외 등, 온갖 모순과 부조리와 질곡으로 점철된 한반도에서 이 민족과 민중의 일원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합니다.

 

13. 우리는, 예수를 잉태하고 낳아 기르신 마리아의 노래를 나와 우리 자신의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지배구조를 비판하고 남자와 여자가 평등을 누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여성과 손잡고 일하는 남성이 된 것을 감사합니다.

 

14. 우리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산층, 청년, 학생, 지식인으로서 민중의 주인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건설에 부름받은 것을 감사합니다. 한백공동체의 온 성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드리는 이 신앙고백은, 우리 사회와 세계의 변화하는 역사적 현실 안에서, 우리 공동체의 신앙의 내용과 형식이 성숙해감에 따라서, 나날이 수정되고 보완되어 점점 풍부하게 열려진(open-ended) 신앙고백문이라는 것을, 하느님 앞에서 함께 약속합니다.♣

 

통일 염원 44년, 1988년 10월 23일
한백교회 첫 돌 예배에서
한백신앙공동체 성원 일동

 

▶ 한백교회의 신앙고백문(1)에 관한 소고 ①

 

한국 서울 근교에
한백교회라는 이름의 작은 신앙공동체가 있다. 교인 30여 명. 한국의 교회들 가운데서는 가장 작은 교회에 속한다. 이 교회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7년, 민주화운동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던 그리스도인들이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과 함께 성서를 읽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서 탄생하였다. 필자는 안병무 선생과 함께 이 교회 창립에 참여하였고 7년간 이 교회의 담임교역자로 일하였다.
어느 날, 안 선생 댁에서 기도회를 가진 우리들은 장시간의 토의 끝에 이 신앙공동체를 '漢白교회'로 이름하였다. '漢白'의 '漢'은 한반도 남쪽 바다의 섬 제주도에 있는 漢拏山에서, '白'은 북조선에 있는 白頭山에서 각각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그러니까 '한백'은 한반도를 뜻하기도 하고 조선 민족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즉 한반도 전역에서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간절한 꿈을 '한백교회'라는 이름에 담았던 것이다.

 

그 해 6월, 서울에서는 '6월 민주화 대투쟁'으로 불리는 백만 시민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시위는 학생들에서 일반시민, 노동자, 농민 계층으로 그리고 서울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갔다. 한백교회라는 작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이러한 긴박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 한복판에서, 자신들의 사회-정치적 실천과 괴리되지 않는 신앙의 이해와 신앙생활을 추구하였다.

 

이듬해 1988년 10월, 창립 1주년 기념예배를 준비하는 두 차례에 걸친 수련회에서 우리들은 분반토의 방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예배, 설교, 기도의 내용을 정리 집약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한백교회 신앙고백문'을 만들어냈다. 필자는 당시 한백교회의 담임교역자로서 그 신앙고백문을 기초하는 공동작업에 참여했다. 아래에 그 신앙고백문의 전문을 소개하고, 해설을 겸한 논평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우리는, 세계를 창조하시고, 이 세계를 나날이 새롭게 변혁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해방의 실천을 행하시는 야훼 하느님을 믿습니다.

 

2. 우리는, 야훼 하느님께서 파라오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히브리 민중을 부르셔서 출애굽 해방사건을 일으키시고, 그들로 하여금 가나안의 민중과 합세하여 해방공동체를 건설하게 하신 사건과, 예수께서 갈릴래아 민중과 하나가 되셔서 일으키신 예수사건이, 하느님나라 운동의 원사건이라고 고백합니다.

 

3. 우리는, 이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억압과 착취와 소외와 차별이 있는 곳마다, 그러한 온갖 비인간화의 현실을 혁파하려는 민중의 열망이, 야훼 하느님의 해방하시는 능력(=靈)과 한 데 어우러져 해방사건의 원천적 힘이 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4. 우리는, 민중적 당파성에 뿌리내린 해방의 실천이야말로 하느님나라 운동의 본질적 요소라고 믿습니다.

 

5. 우리는, 지난날 개인으로서 또는 공동체로서, 온갖 비인간화의 현실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방관해 온 죄와 그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죄, 그리고 그러한 현실구조 속에 안주하거나 편승하여 이익을 취해 왔던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이 순간부터 그러한 죄로부터 돌이켜 회개하여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는 결의를 다짐합니다.

 

6. 우리의 회개는 구체적으로 이 땅의 민주화와 자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동참하는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7.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느님나라 운동에 한 그리스도인 공동체로서 참여하기를 희망하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사랑, 정의, 평등, 평화의 새 세상이 펼쳐지기를 염원하는 공동체적 의지를 담아 우리 교회를 '한백공동체'라 이름하였습니다.

 

8. 우리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나눔'을 방해하는 이기심과 소유욕을 경계하며, 이 세계에서 나눔의 실현을 저해하는 온갖 구조적, 제도적 장벽들과 맞서 싸우는 '나눔의 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9. 우리는, 스스로 지배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며, 섬김과 일치를 저해하는 온갖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안으로는 우리 공동체를 운영하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있어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로서 참여하여 공동으로 토의, 평가, 실행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전통을 세워나가며, 밖으로는 우리 사회와 아시아와 전세계의 참된 민주화와 정의로운 평화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섬김의 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10. 우리는, 야훼 하느님의 자유롭게 해방하시는 능력(靈)이 살아 숨쉬는 공동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고 섬기고 친교하는 기쁨의 공동체, 새 영의 힘에 취하게 하는 춤과 노래, 말씀, 명상과 기도로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는 신명나는 '예배공동체'이기를 원합니다.

 

11.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인 한백교회에 불러주시고 한 신앙공동체의 지체가 되게 해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12. 우리는, 분단과 예속, 억압과 소외 등, 온갖 모순과 부조리와 질곡으로 점철된 한반도에서 이 민족과 민중의 일원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합니다.

 

13. 우리는, 예수를 잉태하고 낳아 기르신 마리아의 노래를 나와 우리 자신의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지배구조를 비판하고 남자와 여자가 평등을 누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여성과 손잡고 일하는 남성이 된 것을 감사합니다.

14. 우리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산층, 청년, 학생, 지식인으로서 민중의 주인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건설에 부름받은 것을 감사합니다.

 

15. 한백공동체의 온 성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드리는 이 신앙고백은, 우리 사회와 세계의 변화하는 역사적 현실 안에서, 우리 공동체의 신앙의 내용과 형식이 성숙해감에 따라서, 나날이 수정되고 보완되어 점점 풍부하게 열려진(open-ended) 신앙고백문이라는 것을, 하느님 앞에서 함께 약속합니다.

 

통일 염원 44년, 1988년 10월 23일
한백교회 첫 돌 예배에서
한백신앙공동체 성원 일동

 

 

▶ 한백교회의 신앙고백문(1)에 관한 소고 ②

 

이상과 같은 내용의 한백교회의 신앙고백문은,
보는 바와 같이, 심오한 신학적 논리도, 난삽한 전문용어도 들어 있지 않다.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제1항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있다. 특징은, 하느님을 구약성서의, 특히 출애굽기의 '야훼' 하느님으로 특정하고 있는 것과, 하느님의 창조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변혁하시는 하느님 자신의 해방의 행동에 의해 계속되는 창조로 이해되고 있는 점이다.

 

제2항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나라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는 남미 해방신학의 영향, 갓월드(N.K. Gottwald)의 혁명모델 가설과 민중신학의 '사건' 개념의 도입이 엿보인다.

 

제3항은 성령에 대한 고백이다. 성령은 야훼 하느님의 '해방하시는 능력'이다. 성령은 민중과 한데 어울려 비인간화의 현실을 혁파하신다.

 

제4항은 민중적 당파성의 강조다. 우리의 신앙은 소위 불편부당의 중립적 신앙이 아니라, 민중에 편드는 신앙이라는 것이다.

 

제5항과 제6항은 죄의 고백과 회개에 관한 것이다. 개인 또는 공동체의 죄를 말하되 그 죄를 비인간화하는 현실과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따라서 회개는 관념적,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서 벌어지고 있는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는 행동'으로 이해된다. 나아가서, 회개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자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못박는다.

 

제7, 8, 9항에서는, 한백신앙공동체의 성격, 목표, 이상 등을 밝히면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즉 한백교회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사랑, 정의, 평등, 평화의 새 세상이 펼쳐지기를 염원하는 신앙공동체이고(제7항), 공동체 안에서와 이 세계에서 '나눔'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나눔의 공동체'를 지향하고(제8항), 지배와 권력의 원리가 아닌 섬김과 봉사의 원리를 따라, 신앙공동체 안에서의 민주주의와, 사회와 세계 안에서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섬김의 공동체'를 지향한다(제9항).

 

한백교회의 신앙고백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인상적인 부분은 아마도 제10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항목에서는, 한백교회가 '예배 공동체'라는 것을 아주 선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공동체는 성령의 능력이 살아 숨쉬는 교회, 성령의 능력에 사로잡힌 바 된 사람들의 공동체이기를 원한다. 지식과 교리와 신학이론으로 피곤해진 무미건조한 관념의 전당이 아니라, 춤과 노래와 말씀과 명상과 기도로 신명나는 예배를 드리는 '기쁨의 공동체'이다. 그리스도교의 예배 전통을 존중하되 전통에 제약되고 속박당함이 없이, 창조적이고 지혜로운 신앙의 상상력에 의해 나날이 갱신되어 가는 예배의식 가운데서, 자유롭게 하시고 해방하시는 야훼 하느님의 능력(靈)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지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회심을 체험한다.

 

제11, 12, 13, 14항은, 공동체 성원의 역사적, 사회적 정체성의 고백이다. '우리들'은, 먼저 교회의 지체이다(제11항). 한반도에 태어난 민족-민중이다(제12항). [1980년대의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자주화의 운동에 있어서는, 분단과 예속은 이른바 '민족모순'으로, 억압과 착취, 소외는 '계급모순'으로 이해되고 운동적으로 정리, 확립되어 있었다. 상호 중첩된 두 모순을 극복할 운동의 주체는 민족이자 민중이었다. 민중신학자 안병무는 이것을 '민족적 민중', '민중적 민족'으로 표현하였다.] 제14항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민중의 범위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산층, 청년, 학생, 지식인으로 제시함으로써, 제4항의 '민중적 당파성'의 입장이 관념적 급진성이나 기계적인 계급주의가 아님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13항은 여성신학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특히 루가복음 1장 46-55절의 '마리아의 찬가'(주께서 여종의 천함으로 돌보셨음이라. 주께서 그의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낮은 사람들을 높이시고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유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도다. 그분이 자비를 기억하시어 정녕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도다.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미치리로다)를 나와 우리들의 노래로 제시함으로써 '부르주아 페미니즘'이 아닌 '민중 페미니즘'의 기치를 선명히 하였다.

 

끝으로, 이 신앙고백문은 그 자체가 역사적 한계를 지닌 것임을 자인하고 있다. 한국사회와 세계의 변화하는 역사적 현실 안에서, 공동체의 신앙이 성숙해 가는 데 따라서, 신앙고백도 성숙해 갈 것이다. 그 때에는 이 신앙고백문도 수정 보완될 것이다. 한백교회의 신앙은 야훼 하느님 앞에, 그리고 역사와 민중 앞에 겸허히 열려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신앙고백문은, 한국민중의 민주화 투쟁의 불길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1987년 무렵, 변혁과 해방을 속삭이는 사회과학의 언어가 교회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시대에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현실 변혁의 과제와 조화시키려고 고뇌하였던 일군의 젊은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작업에 의해서 작성되었다. 그 작업에 참여했던 한 사람인 필자는, 세계사적인 거대한 변화를 경과했고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민주주의의 상대적 정착이라는 성과를 가져온 1996년 현재의 시점에서 그리고 또한 필자 자신이 잠시긴 하지만 한국을 떠나서 일본에 와 있음으로 해서 다소간의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게 된 시점에서, 이 신앙고백문을 재음미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당시의 한국사회 및 한국 그리스도교의 현실과 상황에서 무척이나 타당하고 절실한 울림을 지녔던 언어와 표상들이, 혹은 편협하게 혹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없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큰 줄거리에서 보면, 이 신앙고백문은 신구약성서의 핵심되는 가르침과 사상에 부합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


 


 

장차 언젠가는 있게 될 수정보완 작업을 위해 우선 떠오르는 몇 가지 점들을 제시해 본다

 

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에 대한 이해를 민중신학적으로 심화시킬 것,

 

⑵ 죄와 회개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살리되, 그 복음적 의미를 보완하고 더욱 심오하게 신학화할 것,

 

⑶ 하느님나라 운동을 독립된 항목으로 할 것과 역사적 현단계의 과제와 하느님나라의 궁극적 목표와의 상관관계 및 양자의 질적 차이를 명확히 할 것,

 

⑷ 약자, 버림받은 자, 지극히 작은 자, 사회에 의해 무능력자로 취급되는 자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최우선적 관심을 명확히 표현할 것,

 

⑸ 이 땅에 와서 노동을 팔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韓/朝鮮 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삶과 역사적 사회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 형태로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우리와 절실하게 한 목소리로 고백할 수 있는 내용을 독립된 항목으로 새로 설정할 것,

 

⑹ 하느님의 창조질서 안에서의 인간과 자연의 상생(相生)의 윤리를 모색할 것(이 경우 '상생'이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봉사하며 적극적으로 서로를 살린다'는 뜻으로서, '더불어 산다'는 의미의 '공생'(共生)보다 더욱 철저하고 근원적인 개념임).

 

⑺ 우리의 신앙고백문을 더욱 심오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기존의 신앙고백문을 연구하여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것은 받아들일 것 등이다.

이 글은 일본에서 가장 대보적인 잡지이자 진보적 성격의 그리스도교 잡지 {福音の世界} 1996년 6월호에 실린 글이다. 필자 박성준 선생님은 신학박사로서, 한백교회 담임목회자를 역임하였고, 이 글을 발표할 당시 토미사카(富坂) 그리스도교 센터 협력주사로, '동아시아의 선교와 신학연구 그룹'의 책임자로 일하고 계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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